전체 글66 프리즌 이스케이프(Escape From Pretoria, 2020), 감옥에 간 해리포터, 마법 같은 탈출 성장은 다툼이다. 나 자신과의 다툼이거나 혹은 세상과의 다툼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단단해진 몸으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감옥에 간 해리포터, 이제는 시민 혁명가의 모습으로. 이제 더 이상 앳된 모습의 해리포터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를 또는 그 소년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다 같이 영화 감상을 할 때였다. (아 물론 내가 초등학생 때였다.) 그때 그 영화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였다. 영화 속에 나오던 호그와트에서 마법을 배우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어엿한 시민 혁명가 됐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마법사의 돌을 보던 아이는 장래희망이 돌이 됐다. 성인이 되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살아만 갔으면 하는 돌 같은 삶을 추구하며 연명하고 있.. 2022. 10. 8. 모나리자 스마일(Mona Lisa Smile, 2003), 줄리아 로버츠 판 '죽은 시인의 사회' '선생'의 한자는 '먼저 선' 그리고 '날 생'으로 쓴다.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앞장서서 길라잡이 해주는 사람이다. 줄리아 로버츠 판 '죽은 시인의 사회'. 줄리아 로버츠 판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1954년, 결혼이 학생들의 꿈이어야만 했고 전업 주부가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시대였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더 좋은 주부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가르쳤다. 훌륭한 부부가 되기 위한 교양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전부였고, 학생들은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것으로 만족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와 같은 관습을 깨버리고 진짜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교사였다. 30대에 결혼을 하지 못한 그녀는 학생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 2022. 10. 7. 연애 빠진 로맨스(Nothing Serious, 2021), 미묘한 술자리, 전종서의 눈빛은 종교에 가깝다 술자리에서 그녀의 눈빛은 종교에 가깝다. 교회나 성당에서만 신앙심을 느끼는 건 아니다. 그녀와의 술자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손석구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전종서만 보인다. 근래에 손석구만큼 뜨거운 배우가 있을까 싶다. '범죄도시 2'와 '나의 해방 일지'를 기점으로 연기력과 흥행력까지 증명한 그는 현시점에 가장 독보적인 배우다. 무언가 따뜻하지만 양아치스러운 눈빛이 있으면서도 포근하기도 하고 시니컬하기도 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그만의 분위기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다.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좋아하니까. 그런 그가 이 영화에서는 유독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옆에는 전종서가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그녀의 눈빛은 종교에 가깝다. 이미 몇 잔의 술에 1차 방어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녀의 눈빛은.. 2022. 10. 6. 헌트(The Hunt, 2020), 망했다. 사냥감이 아니고 사냥꾼을 데려왔다 잘못 걸렸다. 사냥감을 데려온 게 아니고 사냥꾼을 데려왔다. 죽었다고 복창하자. 사냥감에게 역으로 사냥당하는 기분이 어때. 오랜만에 B급 감성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초반에는 누가 영화의 주인공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임을 암시하는 듯한 전형적인 연출로 배우가 등장하지만,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전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10분이 지나기 전에 모두 죽어버리는 지옥의 장소에서 살아남은 배우가 베티 길핀이었다. 베티 길핀이란 배우를 처음 보게 됐는데 매우 매력적인 배우로 표현되었고, 여지없이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다. 꽤나 잔뼈 굵은 배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2019년에 첫 주연작을 맡을 만큼 뉴페이스의 배우였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분명 자주 볼 것만 같은 .. 2022. 10. 5. 열여섯의 봄(The Crossing, 2019), 열여섯 갈래의 길 앞에 선 열여섯 소녀 열여섯의 봄은 이미 다 자란 성인의 봄과는 다르다. 열여섯 소녀의 앞에 열여섯 갈래의 길이 펼쳐진 것처럼. 열여섯 갈래의 길 앞에 선 열여섯 소녀. 연휴를 앞두고 이미 일한다는 개념은 점심에 나온 버섯전골과 함께 밥 말아먹은 지 오래였다. 회사에서 더 이상은 집중하지 못하고 내게 부여된 하루 8시간 근무라는 족쇄를 그대로 끊어버리고 “금일 업무가 마감돼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란 말과 함께 회사를 도망쳐 나왔다. 에어팟을 끼고 노이즈 캔슬링이 작동하려는 시점에 뒤에서 어렴풋이 들렸다. "응?, 업무가 마감됐어?" 연태 고량주를 마실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 퇴근하던 중에 내 옆엔 열여섯 즈음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났다. ‘열여섯의 봄‘이. 진짜 .. 2022. 10. 4. 투건스(2 Guns, 2013), 꼴통 콤비가 아니라 알고 보니 엘리트 콤비였다 꼴통인 줄 알았던 콤비가 알고 보니 위장 잠입 중인 DEA 요원과 미 해군 특수부대였다. 이 둘이 사고 치고 다니니 클래스가 다르다. 두 명의 총잡이, 알고 보니 DEA 요원과 미 해군 특수부대? 영화는 두 명의 총잡이(?)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덴젤 워싱턴과 마크 월버그는 동업자 관계로써 뒷골목 마피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절정의 심부름꾼 같은 존재였다. 누군가 마약이 필요하고, 누군가 위조 여권이 필요하면 두 사람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뒷골목의 오작교 역할을 도맡았다. 그날도 덴젤 워싱턴은 마피아 두목 파피가 부탁한 물건을 건네주고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파피는 약속했던 물건이 아닌 현금 다발을 덴젤 워싱턴에게 건넸고, 덴젤 워싱턴은 현금 다발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기.. 2022. 10. 3. 오버보드(Overboard, 2018), 가난하고 술중독자에 오줌싸개가 된 억만장자 간이 배 밖으로, 아니 억만장자가 배 밖으로 튀어나와 진짜 세상을 경험하는 여정을 그렸다. 배 밖으로 떨어진 억만장자, 기억을 잃었다. 6천만 달러가 넘는 배에서 반 평생을 살다 배 밖으로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레오나르도는 막대한 부를 가진 집 안의 아들이다. 그것도 굉장히 철없는 아들이라 초호화 유람선에서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여자들과 어울리며 전형적인 한량의 삶을 살고 있었다. 부럽다. 케이트는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피자집에서 배달을 하고 카펫 청소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중산층보단 조금 더 가난한 집의 여성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기 위해 늦은 밤까지 간호사 공부를 하며 나름 열심인 삶을 살고 있었다. 전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은 두 남녀는 배 위에서 만.. 2022. 10. 2. 프로젝트 X(Project X, 2012), 미쳐버린 파티 현장, 진짜 죽여주는 밤이었어 정도란 게 없는 밤이다. 50명? 아니 1500명이 미쳐 날뛰는 파티가 있는 밤이다. 미친 파티를 위한 프로젝트 X 시작. 이 날은 토마스의 생일이었다. 마침 부모님도 여행을 가셨던 차라 집은 비어 있었고, 토마스와 코스타는 아주 환상적인 파티를 계획한다. 일명 '프로젝트 X'를 계획한다. 토마스와 코스타는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오늘 토마스네 집에서 파티 있는데 올래?"라는 물음에 답은 "토마스가 누군데?"가 나올 정도로 그냥 무색무취의 학생이었다. 코스타는 아니었다. 분명 카테고리상으로는 '찐따'로 분류되긴 했으나, 엄청나게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은 자기 자신을 의자왕으로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코스타는 성공적인 토마스의 생일 파티를 위해 지나가는 모든 사람마다 토마스의 .. 2022. 10. 1.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