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6 멋진 세계(UNDER THE OPEN SKY, 2022), 전직 야쿠자, 더 멋진 세계로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는 민물로 들어오지 않는다. 전직 야쿠자, 미카미가 '멋진 세계'로 들어가는 건 바다 돌고래가 민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멋진 세계로의 입장. 살인으로 13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앞으로 평범한 삶을 살기로 맹세한다. ‘멋진 세계’로의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굳은 맹세와는 다르게 ‘멋진 세계’에 스며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세계에서는 항상 직진만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패거리를 욕보이는 경우에 그는 그냥 달려들었다. 그게 지금껏 살아온 세계에서의 법칙이었다. ‘멋진 세계’에서의 방법은 달랐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심지어 유턴까지 너무 많은 방향이 있었고, 직진만 해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영화 속 미카미는.. 2022. 9. 14. 애덤 프로젝트(The Adam Project, 2022), 데드풀과 미니미 데드풀의 만남 라이언 레이놀즈의 유쾌함과 센스는 영화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 따위로는 구분 짓지 못한다. 영화 속 데드풀의 존재와 현실 속 마케팅 천재의 모습이 그러하다. 데드풀과 미니미 데드풀의 만남. 개인적으로 히어로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히어로는 데드풀이다. 그 유쾌함과 센스 넘치는 말재주는 책을 본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그 자체로 태어나야만 가능한 수준이다. 남들보다 살짝 더 말재주가 있는 탓에 의도치 않게 광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내겐 우상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데드풀이 이 영화에서는 두 명이나 등장한다. 그냥 데드풀과 어린 날의 미니미 데드풀. 둘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누가 '진짜' 데드풀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 말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깨우치게 .. 2022. 9. 13. 내부고발자들: 월급쟁이의 전쟁(Whistleblower, 2018), 진실을 파헤치는 회사원의 집요함 각종 음영으로 얼룩져 흐릿해진 사회를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진실을 파헤치는 집요함이다. 대단한 사회적 지위가 있을 필요는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회사원의 집요함만 있으면 된다.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 러너스 하이의 정의는 이러하다.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나 행복감과 비슷하다.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기며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생긴다. 뛰기 시작한 30분은 죽을 정도로 힘들지만, 30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힘듦 대신에 행복감만 남은 채로 나머지 거리를 뛰게 해 준다. 이 영화의 러너스 하이 지점은 단 10분이다. 120분에 육박하는 러닝 타임에 단 10분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머지 1.. 2022. 9. 12. 돈 룩 업(Don't Look Up, 2021),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불편한 진실은 있다. 그러나 진실은 진실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어느 순간엔 진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진실을 바라보자. Just Look Up!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 문장에 전부 포함되어 있다. 돈룩업은 기다렸던 영화다. 예고편에서 봤던 디카프리오의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장면에서부터 이미 기대감은 최고치였다. 줄거리는 몰랐다. 사실은 알 필요가 없었다. 예고편이면 충분했기에. 영화는 꽤나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진실이 또렷하게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회피하는 것을 택하는 정부와 그 사람들을 표현한다. 천문학자인 디카프리오는 지구를 종말 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운석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우연히 관측했고, 과학자로서 데.. 2022. 9. 1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어둠이란 알을 깨고 빛을 향해 성장은 다툼이다. 나 자신과의 다툼이거나 혹은 세상과의 다툼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단단해진 몸으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어둠이란 알을 깨고 빛을 향해.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내 바이오 리듬이 잔잔한 영화를 원할 때가. 그런 날이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와 잔잔하게 스며들 수 있는 영화 중 후자를 고른 날이었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제목만큼은 귀가 따갑도록 들은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영화였다. 시작은 로맨스를 기대하고 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깊은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먹고 자란 새싹이 쏙 하고 세상에 고개를 드는 것과 같이 감격스럽고 희망찬 영화랄까. 한 사람의 성장 영화라 칭해도 되지 싶다. .. 2022. 9. 10.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 거짓된 삶, 그 비참함 나 자신이 없는 거짓된 삶은 비참하다. 리플리는 화려함을 보여주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비참함 뿐이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리플리 씨. 어느 날, TV에서 젊은 날의 맷 데이먼을 보았다. 그 모습은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못지않았고, 언젠가 그 모습을 눈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바로 '리플리' 다. 주인공 톰 리플리는 마치 여러 개의 신분을 가진듯한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고 그 모방한 삶을 살아간다. 나는 주인공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20분가량 지났을 때에 문득 생각난 단어가 있었다. 리플리 증후군. 사전적 정의는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검.. 2022. 9. 9. 틱, 틱... 붐!(Tick, Tick... Boom!, 2021), 멸종 위기의 종족, 예술가 크게 솟은 빌딩 숲 사이 붐비는 사람들 속에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냇가가 있다. 그곳에 날아드는 새하얀 색의 두루미는 우리와 다른 다른 고귀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고귀함은 우리 안에도 있었다. 멸종 위기의 종족, 예술가. 작은 식당에서 서빙하며 5년째 뮤지컬 대본을 쓰는 29살의 앤드류 가필드는 이제 인생의 종점인 30살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뮤지컬 감독을 꿈꾸는 그는 30살이 될 때까지 무엇 하나 이뤄낸 게 없었고 그 사실은 그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30살이면 아직 어린데..) 노력 끝에 그는 생애 첫 시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시연회에서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그 뿐이었다. 예술성은 있었으나 대중성이 부족했고 이는 곧 브로드웨이에 올릴 수 없다.. 2022. 9. 8.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1998), 육화되어 나타난 죽음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 모른다. 다만, 죽음의 형태를 고를 수 있다면 나는 브래드 피트를 고를 것이다. 압도적인 육체미로 시선 빼앗기. 와, 크게 놀랐다. 나오는 배우들이 너무 멋있고, 너무 예쁘다. 그리고 너무 연기를 잘한다. 특히나 브래드 피트는 내가 감히 같은 인간임이 죄송스럽게 느껴질 지경이다. 98년 브래드 피트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금 떠오르는 건, 87년 '탑건'의 톰 크루즈 정도일 것 같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 클레어 포라니 그리고 안소니 홉킨스 세 배우의 등장만으로도 추천할만한 영화다. 어떤 영상이던지 가장 기본은 내 눈이 즐거워야 한다. 이는 영상미가 될 수도 있고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의 시선을 뺏기에 가장 좋은 .. 2022. 9. 7. 이전 1 ···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