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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업 - 이별후애(The Break-Up, 2007), 설거지 좀 하자, 제발 뜨겁진 않지만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차갑게 식었다고 오해하지 말자. 설거지 그 까짓게 뭐라고 이 사단을 만들까 어쩌면 그 어떤 영화보다 가장 현실적인 이별을 보여주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이별 후에 전혀 설득력 없는 논리와 감정선으로 억지로 결합시켜서 영화를 끝맺음하는 것보단 제목처럼 이별후애(愛), 그러니까, 한 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둘이 이별 후에 서로를 응원하는 애정을 표현하는 편이 논리가 충분치 않으면 철옹성에 가까운 ESTJ인 나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어쭙잖은 해피엔딩보단 그 끝이 더욱 간결했다. 빈스 본과 제니퍼 애니스톤, 둘의 이별후애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야구장에서 살아생전에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서로를 보게 되고, 빈스 본은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한눈에.. 2022. 11. 25.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 1996), 절대 선에 다다른 인간, 덴젤 워싱턴 우리는 '절대 선'을 추구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고 다다르기 힘든 길일지라도 그 방향에 의심은 없어야 한다. 덴젤 워싱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절대 악'에 대항하는 '절대 선'을 연기하는 덴젤 워싱턴 덴젤 워싱턴의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의 모든 영화가 그러하단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영화가 그러하단 점에서의 공통점이다. 그것은 '선'이다. 파스타는 명백히 선인데 사람들은 왜 면이라고 부를까를 의미하는 점, 선, 면의 선이 아닌 절대 악에 대비되는 절대선을 의미한다. '이퀄라이저', '맨 온 파이어' 등 무자비한 무력에 의한 절대 악을 응징하는 절대 선도 있지만, '존 큐'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여실 없이 느낄 수 있는 절대 선의 영역도 있다. '커리지 언더 파이어'가 .. 2022. 11. 21.
[영화 추천 6선] 1+1=10 아니면 -10, 막장 콤비가 보여주는 환장의 하모니 인정사정없는 청부 폭력 업자와 사기꾼에 가까운 사설탐정의 불협화음 | 나이스 가이즈 러셀 크로우와 라이언 고슬링, 둘의 만남을 상상해본 적은 없다. ‘언힌지드’에서 교통 체증에 화가 잔뜩 나서 클락션 한 번 길게 눌렀다고 참 교육하는 러셀 크로우와 모습과 ‘노트북’에서 레이첼 맥아담스와 몽글몽글한 로맨스를 보여줬던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보고 나면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더군다나 ‘나이스 가이즈’라는 코미디스러운 제목을 달고 두 손을 마주 잡았으니 두 명의 배우, 한 개의 제목, 3가지의 요소가 뭐 하나 끼리끼리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공집합스러운 만남이랄까. 그러나 영화를 보는 와중에 깨달았다. 3가지 요소가 한 군데로 점차 가까워지며 결국엔 재미라는 교집합을 만들어 냈다는 .. 2022. 11. 19.
테이크오버(The Takeover, 2022), 내 마음의 장벽은 뚫지 못한 해커의 이야기 이 정도 완성도로는 컴퓨터 방화벽은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의 장벽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상당히 괘씸해서 집중할 수가 없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지하철 6호선 역촌이 아니라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간 접근의 벽이 허물어지고, 어디서든 그 나라의 문화가 어떠한지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리터러시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 차이를 제외하고는 이미 대부분의 문화가 큰 틀에서 Globalization, 즉 세계 표준화되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이 영화는 그런 나의 안일한 생각을 그러지 말라고, 정신 차리라고, 다그쳐 주는 영화였다. 아무래도 나에겐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영국 정도까지의 영화가 성향상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대체 .. 2022. 11. 10.
미드나잇 런(Midnight Run, 1990), 야반도주, 그 이상의 유쾌한 여행 비행기, 트럭, 승용차로 모자라 맨 몸 래프팅까지 하는 현상금 사냥꾼과 비리를 저지른 회계사. 두 사람의 여행이 굉장히 유쾌하다. 우유병 하나도 배달 못하는 현상금 사냥꾼 조금도 자극적이지 않은 유쾌한 로드무비를 한 편 봤다. 로버트 드 니로는 과거에 경찰이었다가 현재는 프리랜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직종을 변경한 후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잡아 경찰에 넘겨 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보석금을 떼먹고 도망간 찰스 그로딘을 잡아달라는 의뢰였고, 그 금액은 무려 10만 달러였다. 찰스 그로딘은 알고 보니 마피아의 회계사로 일하고 있었고, 그는 마피아의 돈 1500만 달러를 훔쳐 자선단체에 기부한 나쁜데 착한 사람이었다. 영화 속에서 32년이나 젊어진 1990년도의 로버트 드.. 2022. 11. 6.
아웃 오브 더 퍼니스(Out of the Furnace, 2013). 용광로 바깥, 동생의 복수를 위해 든 총 한 자루 작은 공장, 용광로 앞에서 일하던 그가 만들어낸 것은 총 한 자루였다. 그는 총 한 자루를 들고 용광로 밖으로 나가 동생의 복수를 실행한다. 작은 균열에 무너진 일상. 아웃 오브 더 퍼니스. 작은 공장 안에 있는 용광로 밖의 세상으로 나온 한 사내의 이야기다. 크리스찬 베일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였고 하루하루 별 일 없이 그냥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적응해버린 여타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그의 동생은 미군 소속으로 이라크전에도 참전한 활동적인 성격에 어쩌면 지루한 일상을 참지 못하고 조금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크리스찬 베일은 가장으로서 그의 동생이 빚진 돈을 대신 갚아주거나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건은 항상 소소한 일상을 비집고 나와 .. 2022. 10. 29.
트리플 9(Triple 9, 2016), 다다익선보단 다다익악이 어울리는 영화 이 영화는 어떤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지 그 의도가 파악이 안 된다.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 퇴각하라. 9명의 인물, 다다익선이 아니라 다다익악. 오랜만에 멋들어진 포스터에 속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옛 말에 우리는 다다익선이라 말한다. 요즘엔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말로 거거익선으로 바꾸어 말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무려 9명이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야만 하는 영화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이 영화는 다다익선에 어울릴까. 결론은 아니다. 오히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다다익악(多多益惡)이 어울리는 영화였다. '오션스 일레븐'같은 영화를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2022. 10. 27.
프리퀀시(Frequency, 2000), 스타벅스 프리퀀시보다 유명해져야 할 영화 프리퀀시 하면 떠올라야 할 이미지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이 영화가 떠올라야 한다. 평점 10.0점, 최악의 포스터. 최근에 찾아본 영화 중 탑건에 버금가는 평점을 가진 영화는 이 영화뿐이었다. 탑건의 평점은 9.60점, 이 영화의 평점은 9.33점. 도대체 무엇이 모든 사람들에게 레전드 영화라고 손꼽히는 탑건에 버금가는 평점을 만들어낸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라난 내게 프리퀀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스타벅스였다. 한 때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프리퀀시란 단어를 지겹도록 듣긴 했지만 그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였다. 진작에 학부 때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내게 전자공학적인 사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할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정신이 들었다. '아,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아니라 그때 그 시절의 프.. 2022.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