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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헌트(The Hunt, 2020), 망했다. 사냥감이 아니고 사냥꾼을 데려왔다

by 기묭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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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잘못 걸렸다. 사냥감을 데려온 게 아니고 사냥꾼을 데려왔다. 죽었다고 복창하자.


사냥감에게 역으로 사냥당하는 기분이 어때.

오랜만에 B급 감성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초반에는 누가 영화의 주인공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임을 암시하는 듯한 전형적인 연출로 배우가 등장하지만,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전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10분이 지나기 전에 모두 죽어버리는 지옥의 장소에서 살아남은 배우가 베티 길핀이었다.
베티 길핀이란 배우를 처음 보게 됐는데 매우 매력적인 배우로 표현되었고, 여지없이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다. 꽤나 잔뼈 굵은 배우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2019년에 첫 주연작을 맡을 만큼 뉴페이스의 배우였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분명 자주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베티 길핀.. 메... 모...) 영화는 의문의 장소에 사람들이 납치당해 오면서 시작된다. 무작위로 잡혀온 사람들은 들판 가운데에 버려지게 된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어디에선가 총알이 날아온다. 그때부터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사냥을 당하게 된다. 옛날에 귀족들이 꿩 사냥, 토끼 사냥하던 것이 모자랐는지 MZ세대의 귀족들은 인간을 데려와 사냥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잡혀온 사냥감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친다. 물론 의문의 무리는 그들이 도망치기를 바랐다. 그래야 사냥이 더욱 재밌을 테니까.

의문의 무리가 실수한 건 딱 한 가지였다. 베티 길핀을 사냥감으로 데려온 것이다.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을 데려왔다. 베티 길핀은 역으로 의문의 무리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마치 "테이큰"의 리암 니슨 또는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가 여자로 환생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베티 길핀은 역으로 소탕하기 시작하고 결국 끝을 본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사냥감에게 역으로 사냥당하는 기분이 어때?"


베티길핀
출처 : 유투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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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만족스러운 B급 영화.

영화 속 액션에서는 중간중간에 B급 감성임을 환기시켜 주는 도구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집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는데 문에 부딪혀 유리가 깨질 것 같으니 "더 이상 유리는 안돼."라는 대사라던지, 25만 달러짜리 샴페인병이 깨지지 않기 위해 몸을 날리는 행동들이 그런 도구들이다. 이런 도구들은 액션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철저한 액션 속에 위트를 숨겨놓은 느낌이다.
B급 영화의 기본은 스토리가 아니다. 눈 요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 정신이 기본이다. 이 영화는 오락성에 충실한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다. 약자가 강자에게 한 방 먹이는 모습들은 항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쾌감을 무척 잘 살렸다. 생각 없이 즐길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다.


잡설

개인적으로 소재가 아주 참신했다. 보통은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해치우기 위해 다른 정의의 사도가 등장해서 그들을 처치하는데, 이 영화는 약자인 줄 알았던 강자에게 역으로 당한다. 이건 단순히 약자가 강자에게 복수한다라는 쾌감을 넘어서 강자들 스스로 욕심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두 배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베티 길핀의 시원시원한 액션과 이목구비 덕분에 느끼는 쾌감은 제곱의 제곱이었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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