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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틱, 틱... 붐!(Tick, Tick... Boom!, 2021), 멸종 위기의 종족, 예술가

by 기묭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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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틱... 붐!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크게 솟은 빌딩 숲 사이 붐비는 사람들 속에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냇가가 있다. 그곳에 날아드는 새하얀 색의 두루미는 우리와 다른 다른 고귀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고귀함은 우리 안에도 있었다.


멸종 위기의 종족, 예술가.

 작은 식당에서 서빙하며 5년째 뮤지컬 대본을 쓰는 29살의 앤드류 가필드는 이제 인생의 종점인 30살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뮤지컬 감독을 꿈꾸는 그는 30살이 될 때까지 무엇 하나 이뤄낸 게 없었고 그 사실은 그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30살이면 아직 어린데..)

 노력 끝에 그는 생애 첫 시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시연회에서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만, 그 뿐이었다. 예술성은 있었으나 대중성이 부족했고 이는 곧 브로드웨이에 올릴 수 없다는 선고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예술가는 멸종을 맞이하고 있었다.


앤드류 가필드를 클로즈업한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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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서만 느껴지는 고귀함.

 에이전시와 전화를 하던 그는 뮤지컬 바닥에서 잔뼈 굵은 한 사람의 조언을 듣게 된다. 자신의 뮤지컬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낙담한 앤드류 가필드는 그녀에게 묻는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나요?"

그녀는 말했다.

"글을 계속 쓰세요. 단 하나라도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글을 써내려가는게 작가의 숙명이니까요."

 멸종 위기의 종족은 공통점이 있다.
고귀하다. 어쩌면 현실 또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된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굳건히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모습에서 고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대중성에 적응하며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종족도 있지만 여전히 예술이란 도구로 사람들의 머리를 내려친 듯한 깨우침을 주고자 하는 멸종 위기의 종족도 존재한다. 우리는 그런 예술가에게 고귀함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앤드류 가필드가 처음 마음 먹었던 예술로써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치겠다는 마음을, 대중성이라는 압박에 굽히지 않고 그 고귀함을 지켜나갔으면 한다. 멸종 위기의 종족은 그 존재만으로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고귀한 존재이니까.


잡설

 언제부터인지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게 됐다. 사실은 영화를 예술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대학교 2~3학년 언저리까지 예술은 영상을 소비하는 수단일 뿐이었지, 예술이라는 고귀한 단어를 붙이기엔 너무 거창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것 역시 그 무렵이었다. 전자공학이라는 전공 수업에 몸과 마음이 지친 내겐 도피처가 필요했다. 15만 원이 넘는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고심하듯이 강의 목록을 살펴보던 나는 '영화의 이해'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항상 가까이서 소비했던 '영화'를 '이해'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전공 수업을 들을 자신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영화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만나게 됐다.

 수업의 구성은 다양했다. 영화의 역사부터 연출 기법까지 훑었고, 1920~30년대의 영화 몇 편을 같이 시청하며 그 안에서 예술의 흔적을 찾았다. 그렇게 찾아나선 예술의 흔적은 어느새 내 몸을 할퀴고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바쁜 생활에 잊고 있었던 내 몸의 예술의 흔적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결구 내 도피처는 '영화'였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영화'를 주제로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기쁨이 글을 쓴다는 귀찮음보다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영화'는 예술이고, '영화'는 내 도피처이자 기쁨이다. '영화'는 선물꾸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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