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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핀치(Finch, 2021), 생존 영화를 가장한 인간형 로봇, 제프의 성장 일기

by 기묭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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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어쩌면 이 영화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형 로봇 제프, 그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형 로봇 제프의 탄생, 핀치와 아이들의 여정.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구 표면에 자외선이 닿지 않도록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적 프레온 가스니 뭐니 해서 온실 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고 그 노력의 목적은 오존층의 보존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노력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듯이 오존층이 파괴되었고, 영화 속 주인공 핀치는 대낮에 온도가 65도 이상 올라가는 지옥으로 변한 지구에서 나 홀로 생존하고 있었다.

아무도 남지 않은 지구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로봇 엔지니어라는 특기로 만들어 낸 듀이라는 작은 로봇만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핀치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40일간 지속될 거라는 데이터에 생존을 위한 이동을 시작한다.

핀치는 그의 생존 메이트로 '제프'라는 이름의 인간형 로봇을 만든다. 제프는 인간과 같이 걸음마부터 배우며 조금씩 성장해갔다. 제프에게는 4가지의 기본 원칙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핀치가 부재일 때, 강아지를 돌보는 일'이었다. 핀치의 곁에서 유일한 생명체였던 강아지는 핀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고, 마치 자신이 죽을 때를 대비한 조치에 가까웠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를 맡긴다는 건 로봇이란 형체를 넘어서는 '제프'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핀치와제프
출처 : 유투브 영화

 

"세상에 온 걸 환영해, 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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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을 찾아 나서는 로봇, 제프.

그렇게 핀치와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떠난다. 사실 영화는 생존을 위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 아니라 '제프'의 성장기에 가깝다. 운전하는 방법을 배우고 홀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서기도 하며, 강아지의 밥을 챙겨주거나 공을 던져주며 친해지는 모습들. 아이가 성장해서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성장 영화가 더욱 어울렸다.

최종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중이 핀치와 아이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생명을 처음 만난다. 바로 곤충과 식물이다. 아직 오존층이 파괴되지 않은 이곳엔 대 낮에도 활동할 수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있었다. 파라솔을 펼쳐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핀치는 제프와 강아지가 공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보면서 안도를 하게 되고, 오랜 지병으로 힘들어하던 핀치는 제프에게 강아지를 맡기고 세상을 떠난다.

핀치가 사라진 하늘 아래, 제프와 강아지는 핀치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다리로 향했다. 그곳은 무수히 많은 식물이 있었고 다리 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던, 남산 위 자물쇠와 같은 메모들이 즐비했다. 모두 새 생명을 찾아 그곳을 찾았다. 그렇게 제프는 핀치와 강아지와의 추억을 담은 메모 하나를 다리 위에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새 생명을 찾아 떠난다.

 


 

잡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선 살아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기에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도 다른 생명을 찾아 나선다. 그럼 사람만을 따르던 강아지가 인간형 로봇 제프와 라포가 형성되고, 샌프란시스코 다리 위에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는 제프는 로봇일까. 아니면 인간일까.
로봇이긴 하다. 그럼에도 핀치의 비유를 이해하고, 핀치의 다그침에 토라져버리는 제프는 분명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라 불릴만하다. 오히려 핀치보다 더욱 새 생명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로봇이었고, 강아지를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생명의 소중함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핀치에게도 제프는 단지 기계의 조합인 아닌, 생명이었다.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세상에 온 걸 환영해, 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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