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이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업적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이제 그의 사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실화가 주는 이야기의 강력한 힘.
실화가 주는 힘은 대단하다. 상상력으로 그치는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에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가슴으로 와닿는다. 어디에선가 멀리 들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 내 친구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아무리 잘 짜인 이야기일지라도 "네 옆집에서 그랬다고 하더라."라는 한 마디에 다가오는 힘은 침대에 누워 내 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라고 곱씹을 만큼 강력하게 느껴진다. 또한 일상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도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는 않을지 희망을 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내 무료한 일상, 내 무료한 일이, 내 무료한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감동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내 일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영화는 실로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이 사람이 하는 일을 아직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사람이다. 바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는 스티븐 호킹의 사랑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펠리시티 존스라는 여배우 때문이다. 그녀는 레이첼 맥아담스 이유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배우가 아닐까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시작은 그러했지만 스티븐 호킹의 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각자의 역에 몰입한 배우들을 보니, 이 이야기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종류는 배스킨라빈스보다 많다.
어떤 이는 사랑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옆에서 끝까지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이겨내는 게 사랑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의 종류를 보여준다. 나에게 향했던 열정적이고 설렘을 가진 사랑이 다른 낯선 이에게 향할지라도 여전히 나에 대한 사랑은 다른 형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븐 호킹과 그녀의 사랑이 이와 같다. 스티븐 호킹과 열정적인 사랑을 시작했으나, 그의 병이 악화됨에 따라 그런 사랑은 식게 되고 다른 사랑이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그 열정적인 사랑은 다른 이에게 향하며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스티븐 호킹도 그를 보살펴주는 개인 요양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글로 정리하니 상당히 지저분한 사랑 관계처럼 보이나 실제로 영화를 보면 이런 사랑을 먹먹하게 잘 표현했다. 단편적인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잡설
실화가 주는 힘만큼이나 영화가 주는 힘 또한 강력하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언제 또 스티븐 호킹에 대해 찾아보고 그가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할까 싶었다.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1~2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5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살면서 연구 활동을 지속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죽을병이 걸려 시한부로 1~2년을 선고받으면 다 때려치우고 세계 여행이나 할 법한데, 스티븐 호킹에겐 우주의 진실을 찾는 고민이 더욱 중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연구를 해온 스티븐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가 되었다. 이런 연구를 하는 와중에도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또한 연구했으니, 연구 중독자로 불릴만하다. '특이점 정리'라던지 '호킹 복사'라던지 아직도 그의 업적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지만,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건 알겠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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