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어떤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지 그 의도가 파악이 안 된다.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 퇴각하라.
9명의 인물, 다다익선이 아니라 다다익악.
오랜만에 멋들어진 포스터에 속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옛 말에 우리는 다다익선이라 말한다. 요즘엔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말로 거거익선으로 바꾸어 말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무려 9명이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야만 하는 영화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이 영화는 다다익선에 어울릴까. 결론은 아니다. 오히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다다익악(多多益惡)이 어울리는 영화였다. '오션스 일레븐'같은 영화를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뱁새 가랑이 찢어지는 소리고, 차라리 '세븐 사이코패스'처럼 내용은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치고받고 싸우는 영화가 기억에는 남았을 것 같다.
모든 경찰을 집합시키는 코드, 트리플 9.
영화의 초반엔 괜찮았다. 괴상한 가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도망치는 차량에서 현금 속에 감춰진 도난 방지 염료가 터져 위기를 만들어내는 순간까지 속도감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까지였다.
영화는 서로 다른 이유로 뭉쳐진 강도 전문 크루가 마피아로부터 의뢰받아 원하는 것을 훔쳐주고 돈을 받는 포맷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마피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부당한, 조금 더 어려운 조건의 의뢰를 하게 되고 크루들이 나서게 하기 위해 치졸한 협박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의뢰받는 건은 국토안보부의 문서보관소에 있는 무언가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크루는 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특정 집단의 무리는 코드란 걸 사용한다. 특정 상황을 정확하고 간단하게 전달할 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군대로 치면 진돗개 발령 정도 될까. 미국 경찰에게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코드가 있다. 바로 트리플 9이다.
트리플 9는 경찰이 피습당하는 경우 사용하게 되며 그 일대의 모든 경찰이 출동하게 되어 있다. 크루는 이 점을 계획했다. 경찰을 피습한다는 건 그냥 강도 짓과는 다른 일이었다. 어쩌면 수사라는 개념이 아닌 크루들을 향한 복수의 개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일이었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크루는 그럼에도 희생양을 삼을 경찰을 함정에 빠뜨려 트리플 9 코드를 발동시킨다. 그렇게 타깃이 되는 문서보관소 일대의 모든 경찰을 집합시켜 마피아가 원하는 물건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으로 끝이면 좋았을 테지만 항상 현실은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크루 내 배신자가 있었고 크루는 와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크루는 쫓는 미친개 형사까지 등장한다. 크루는 무사할 수 있을까?
잡설
단어의 중첩은 강력함을 상징한다. 반복되는 단어 치고 강력하지 않은 단어를 본 적이 없다. 트리플 9도 경찰의 최고 비상 코드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트리플 6처럼 악의 기운이 물씬 담긴 짐승의 숫자를 나타내거나 트리플 H란 이름을 가진 레슬러처럼 인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은 표방하기도 한다. 아, 한 가지 본 적이 있다. 트리플 9이란 영화 제목을 사용하고도 재미없었던 영화, 바로 이 영화다. 아닌가, 반대로 강력하게 재미없었으니 여전히 단어의 중첩은 강력함을 상징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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