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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 2022), OLD와 NEW가 절묘하게 섞인 16살 소녀의 인생 영화

by 기묭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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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매버릭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OLD와 NEW가 절묘하게 섞인 이 영화는 성공할 수밖에 없었고, 16살 소녀의 인생 영화가 됐다.


OLD와 NEW를 섞어라.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더 좋은 글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만큼은 조금은 더 고민한 후에 글을 쓰고 싶었다. 그게 레전드 영화에 대한 나만의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글을 읽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읽었다. 정확하게는 책을 읽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후의 평은 이 영화를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는 앞으로 새로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구와 신의 조화가 너무나도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어느 책의 목차를 보게 됐다.

“OLD와 NEW를 섞어라.”

브랜드 마케팅 저서에서 나온 문장이다. 차별화된 방식으로 브랜딩 하여 성공한 이 시대의 브랜드를 소개하는데, 성공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옛것과 지금의 것을 섞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본질은 지키되, 껍질은 바꿔나가기’의 충실한 결과였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거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노아'는 클래식한 랄프로렌의 바이브와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스트리트 스타일을 섞어내 유치하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으로 중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탑건 매버릭
출처 : 유튜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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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과 새것의 끊임없는 타협, 그 본보기가 된 영화.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1987년의 탑건과 2022년의 탑건을 절묘하게 섞어냈고 흥행은 당연히 따라온 결과였다. 그 시절 반항아 같았던 톰 크루즈는 동기가 사령관 자리에 앉았다가 퇴임할 때까지 여전히 대령으로 머물면서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었다. 톰 크루즈가 술집에서 여인을 꼬시는 장면은 이제 마일즈 텔러가 술집에서 노래하는 장면으로 섞어냈다. 이런 장면들이 장면 곳곳에 숨어 있어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단지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참여에 가까웠다.

물론 옛것을 따라 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됐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 마일즈 텔러가 해변에서 동료들과 비치 발리볼을 하는 장면(이 또한 탑건 1 장면의 리메이크다.)에서 원리퍼블릭의 신나는 노래와 함께 오동잎 댄스를 추는 모습은 유튜브에서 각종 쇼츠를 장악하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우리는 낡은 것이냐 새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사실 둘 다 선택해야 합니다. 낡은 것과 새것의 끊임없는 타협이 아니라면 도대체 인생이 무엇이겠습니까?”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낡은 것과 새것의 끊임없는 타협으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압도적인 성공의 비법이다. 탑건 2 그러니까 탑건 매버릭은 이 성공 방식을 증명한 영화였다.


잡설

TV에서 예능을 보다 보니 축구선수 이동국과 딸 재아가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 돈독한 부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마침 영화광이었던 이동국을 위해 둘은 ‘쥐라기 공원’이 촬영됐었던 장소로 향했다. 이동 중인 차에서 딸이 물었다.

“아빠는 인생 영화가 뭐야?”

이동국은 워낙 많은 영화를 봐왔기 때문에 쉽사리 자신의 인생 영화를 답하지 못했다.

그때 16살 소녀인 이동국의 딸이 먼저 자신의 인생 영화를 말했다.

"내 인생 영화는 탑건이야."

16살 소녀의 인생 영화가 탑건이라니 나는 그 순간 놀라움을 넘어서는 신기함 그리고 말 못 할 벅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소녀의 팬이 되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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