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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세븐 파운즈(Seven Pounds, 2009), 3.17kg 무게가 이루어낸 일

by 기묭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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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파운즈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누군가 살리는데 필요한 무게는 딱 세븐파운즈, 3.17kg이었다.


왕년의 스타, 윌 스미스.

근래 가장 핫한 인물이었던 윌 스미스를 영화에서 만났다. 시상식에서 개그맨의 뺨다구를 후렸던 그를 너무나도 감동적인 영화에서 보니 약간 이질감이 들었지만 거의 15년 전에 윌 스미스는 여전히 반가웠다. 그래도 니콜라스 케이지나 브루스 윌리스와 더불어 나의 청춘(?)을 함께 했던 배우였으니 반가울 수밖에. 왕년의 스타라고 불리긴 아직 이르지만 최근작이 크게 인상 깊진 않았기에 그냥 그런셈쳐도 될 것 같다.

영화는 윌 스미스가 여러 명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부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운전 중이었음에도 휴대폰을 보고 있던 윌 스미스 때문에 마주 오던 승합차와 사고가 났고, 윌 스미스의 부인은 사망 그리고 그 승합차에 타고 있던 7명도 마찬가지로 사망했다. 윌 스미스는 그 시점 이후로 자신의 죄를 속죄라도 하듯이 7명의 사람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도와주기 시작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한 부인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면서 독립시키거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을 옆에서 간호하는 행동들이 그러하다.

처음엔 그런 착한 행동 뒤에 어떠한 반전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영화를 계속 봤지만, 거의 예수님이 강림한 것처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착한 사람이었던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사건 없이 이루어지는 전개에 영화 시작 50분 만에 잠깐 산책을 나갔다 오기도 했다.


윌스미스
출처 : 유튜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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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한 무게, 세븐파운즈.

영화의 제목은 ‘세븐파운즈’이다.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 7명의 사람을 구하니까 세븐파운즈인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븐파운즈는 말 그대로 무게를 뜻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영화 속에서 윌 스미스는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얼음을 욕조 안에 가득 짚어 넣고 그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엔 911에 전화하여 자신이 곧 자살할 거라는 얘기를 하여 시체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까지 만든다.
그 이유는 사망한 윌 스미스의 신체를 자신이 도우려 했던 사람들에게 기증하기 때문이다. 심장병을 앓던 여인에겐 자신의 심장을, 두 눈을 잃어 콜센터에서 힘겹게 일하던 청년에겐 자신의 두 눈을, 그리고 어떤 이에겐 살아있을 때 골수 기증을 하기도 했다.

결국 장기 기증을 통해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게 된다. 그래서 폐, 심장, 눈 등 그가 장기 기능한 장기의 무게가 세븐파운즈이지 않을까 싶었다. 인터넷에 찾아봤지만 딱히 못 찾겠어서 그냥 그런 걸로 이해할 생각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공익적인 영화다. 오로지 공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캠페인 영화라 불리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 기증에 관심이 있다면야 한 번쯤 찾아 볼만한 영화다.


잡설

어렸을 때,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 적이 있었다. 사실 장기 기증을 꼭 해야겠다는 대단한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장기 기증이란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붙이고 다녔던 이유는 그냥 멋있어 보였다. 인터넷에 장기 기증자로 등록만 하면 스티커를 발급해주었고, 설사 내가 사망하여 그때가 온다 하더라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그런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사망하여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내 운전면허증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를 보고 의사나 관계자는 감사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게 되면 실망감도 그만큼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에겐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는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내가 사망했을 때 나는 장기 기증을 할 것인가? 고민의 결과는, 아니다. 무섭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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