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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아메리칸 슬립오버(The Myth of the American Sleepover, 2019), 청춘들의 미묘한 하룻밤

by 기묭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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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슬립오버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청춘들의 미묘한 하룻밤의 파자마 파티. 그들은 청춘을 만끽하고 있었고, 그들 안에 피어오르는 호기심을 정중하게 대했다.


무척이나 소중한 청춘의 기억.

"사실 저는 친구들과 외박 파티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왜 그렇죠?"

"몰라요.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리워지는 것이라서 그런가 봐요."

"알 것 같네요."

"음, 진지하게 말하면 어렸을 때 할 수 있는 멋진 일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요. 맥주 파티에 나타나거나 홀딱 벗고 수영하기 시작하면 친구 집 거실 바닥에서 보드 게임하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이지 기억도 못할 거예요."

"아니면 뒷마당에서 술래잡기하는 거라던가?"

"그렇네요. 술래잡기 그립네요."

"젊음의 모험 같은 허튼소리를 진지하게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가 문제죠?"

"신화거든요."

"무엇에 대한 신화예요?"

"그 신화는 모험에 대한 약속으로 어린 시절을 포기하도록 속이죠. 하지만 뭘 잃어버렸는지 알면 너무 늦어버려요. 되돌릴 수 없게 되죠."

"손잡아도 돼요?"


한 소녀를 클로즈업한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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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확인할 의무.

영화는 청춘들의 슬립 오버. 즉, 하룻밤의 파자마 파티를 주제로 만들어졌다. 파자마 파티가 일어나는 하룻밤 사이에 남녀 청춘 간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간다. 청춘은 호기심이 많다. 그 호기심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척이나 바쁘다.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애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거나 조금 더 어렸을 적 자신을 좋아했던 그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후배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보낸 이들은 자신이 만나고자 했던 상대방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의 호기심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그 해답을 찾기도 한다.

욕망을 채우거나 악의가 있는 떠보기 식의 호기심이 아니다. 여름날, 강하게 휘몰아치는 태풍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마음속의 파도가 평소와 다르게 높은 층고를 형성하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게 다가오는데,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청춘의 호기심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호기심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 아무것도 아닌 양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이런 양질의 호기심은 청춘의 시절에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잡설

이 영화는 정중하다. 다른 영화처럼 밤새 술 마시고 사고 치거나 사건에 휘말려 수습하는 방황은 없다. "키스해도 될까요?", "키스하고 싶어요." 같이 정중한 표현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요즘에 우리 사회는 소비에만 너무 집착한다. 내 감정, 내 시간, 내 욕망의 소비가 우선이다. 소비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소한 배려에 미소가 나오는 것도 배려의 소멸 탓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청춘들의 사소한 배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나도 저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의미로 오늘은 어떤 형태의 배려라도 상관없으니 한 가지쯤은 해보는 게 어떨까. 상대방의 미소를 보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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