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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레인메이커(The Rainmaker, 1995), 돈벼락과 해방을 내리는 주술사

by 기묭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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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주술사가 내리는 건 비뿐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돈벼락을, 누군가에겐 해방을 내려주었다. 우리는 그를 레인메이커라 불렀다.


굴러 들어온 복덩이

영화는 레인메이커라는 사전적 정의를 잘 따르며 이야기를 구성했다.
나는 보통 글을 쓸 때, 쓰려고 하는 단어의 뜻이나 유래를 찾아보고 적는 루틴이 있는데, 이럴 때 미처 몰랐던 단어의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되곤 한다. 영화를 본 후 감상을 적는 것 외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소소한 기쁨도 썩 괜찮다.

그 루틴대로 영화에 대한 내 생각을 적기 전에 찾아본 레인메이커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1. 조직이나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
2. 가뭄이 들었을 때, 비가 내리도록 기원하던 미국 인디언 주술사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

그럼 첫 번째 사전적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변호사 시험도 치르지 않은 법대 졸업 예정자인 맷 데이먼은 돈을 벌기 위해 어느 작은 로펌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의뢰인을 만난 맷 데이먼은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보험 청구를 거절하는 것을 알게 되고,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한다.

소송을 준비하는 중에 변호사 시험을 보고 합격한 그는 생애 첫 재판을 맡게 된다. 증인에게 다가갈 때엔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룰도 모른 채 거대 보험사와의 싸움을 하려니 영 쉽지가 않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결국 배심원단의 마음을 돌린 초보 변호사 맷 데이먼은 추석에 스팸 꾸러미를 손에 쥐어주듯이 보험사에게 전례 없던 징벌적 손해 배상금 5천만 달러를 선물해준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사전적 정의다.


맷데이먼을 클로즈업한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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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내리는 사내

두 번째 사전적 정의인 비를 내리게 해주는 인디언 주술사는 누군가에게 희망과도 같은 존재이다. 오랜 갈증에 사막화가 되어 가는 목구멍을 롯데월드 후룸라이드 탔을 때 마냥 시원하게 적셔주니 말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클레어 데인즈에게 있어 인디언 주술사는 맷 데이먼이었다.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던 그는 그녀가 이혼하고 제 삶을 찾아가길 바란다.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짐을 찾으러 간 집에서 그와 그녀는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몽둥이를 들고 누구를 먼저 팰지 고민하던 남편을 만나게 된다.

의도치 않은 몸싸움에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 오디션이라도 보는 듯이 몽둥이를 뺏어 들고 달려들게 되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편을 몽둥이로 살해하게 된다. 클레어 데인즈는 맷 데이먼 대신 누명을 쓰는 선택을 하고 맷 데이먼은 기우제라도 지낸 것처럼 쏟아지는 비 사이로 사라진다.
클레어 데인즈에게 갈증은 남편의 가정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이었고 맷 데이먼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그 갈증을 해결해준다. 이로써 맷 데이먼은 클레어 데인즈에게 해방을 선사해준다.

맷 데이먼은 백혈병을 앓던 의뢰인에게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클레어 데인즈에게도 단지 변호사가 아닌 그 들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비를 내리게 해주는 인디언 주술사였다. 그는 말 그대로 레인메이커였다. 영화 속, 쏟아지는 비에 영화를 보고 있던 내 갈증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잡설

내게 있어 레인메이커, 주술사는 맷 데이먼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2시간이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야만 하는 강박이 있다. 아무래도 바쁜 현대사회를 사는 동안에 2시간이란 시간은 할애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평론가도 아니고, 재미없는 영화까지 보고 평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지도 않다. 그런 내게 맷 데이먼은 2시간의 즐거운 시간을 내려주는 주술사임이 분명하다. 네이버에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만 찾아보아도 무려 19페이지를 차지할 정도로 잔뼈 굵은 배우이다. 1995년은 '굿 윌 헌팅'과 더불어 주연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 '레인메이커'는 그 시작의 순조로움을 증명해주는 영화였다. 하루 24시간 중 내게 딱 2시간의 시간이 남아있을 때, 아마 제일 먼저 할 일은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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