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가 아니라 Everybody가 더 어울린다. 이렇게까지 싸우고 다니면 옆 집 복순이네도 알겠다.
I want to Kill Everybody.
내 생에 적들이 제발 오길 바라면서 'finger crossed'를 하는 주인공은 처음이다. 그 기도를 들었는지 바쁘게 나오는 적들을 보며 주인공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적들이 들어온다.
일단 수류탄 한 방 쏴주고, 총알 한 방 더.
도망치면서 유인하고 계단에서 볼펜을 밟으면 어떡해, 그건 폭탄 하고 연결되어 있지. 펑.
대기하고 있다가 관자놀이에 총알 한 방.
근접전에선 군대에서 배웠던 총검술로 앞 뒤로 원투 팍팍, 장총 어깨에 걸치고 뒤에 적을 향해 한 방. 그 반동을 이용해서 앞에 있는 적 인중에 한 방. 아이고, 좁은 길에 줄지어서 들어오면 안 되지. One Shot Three Kill.
다시 총알 세례 퍼부어 주다가 문 뒤에 숨어서 함정 발동. 펑, 펑펑, 크레모아 터지면서 여러 명 숨 거둬들이기 시전.
막다른 길에 몰려 냉장고 문으로 총알 막고 있었는데, 아 맞다. 콘푸레이크 상자에 총 하나 넣어놨었지 하곤 꺼내서 다시 한 방.
정신 차리고 나와서 들어오는 적에게 세팅해둔 쇠막대기 미사일 발사.
총알 하나 당 적 한 명씩 사살하는 도중에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의 BGM. 을 들으면서 천장에 꼬물 쳐둔 폭탄 다시 한 방
이제 남은 건 보스 한 명. 하도 총을 쏘느라 남은 총알은 하나도 없는데 마침 안주머니에 남은 폭탄 하나.
전경들이 쓰는 방패에 폭탄 부착 후 냅다 달려서 그대로 꼬라 박기. 펑. Clear.
중년 남성의 갱년기 폭발 사태.
영화 속 주인공 허치는 세상 무료하게 지내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다. 조금 일찍 온 갱년기로 삶의 의욕은 바닥에 나태함은 기본 장착한 허치는 아무도 모르는 노바디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강도가 들어오게 되는데 가족이 위험에 닥친 순간, 용감한 아들이 오히려 강도를 붙잡고 싸우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인 허치에게 강도를 향해 총을 쏘길 외치지만, 허치는 아들에게 강도를 놔주고 뒤로 물러나라고 한다.
이 사건으로 허치는 아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도 지키지 못하는 한심한 아버지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러나 이 낙인이 허치의 무료한 일상을 유료한 일상으로 바꾸는 스위치였다. 스위치가 켜진 허치는 이제 자신의 집을 습격했던 강도를 포함해 그 무리들을 사냥하러 다니기 시작한다. 그에게 더 이상 중년 남성의 갱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찾아볼 수 있는 건 갱년기가 아닌 갱스터의 모습뿐이었다.
잡설
처음 영화가 개봉했을 때, 존 윅 제작진이라는 그 한 줄이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존 윅 시리즈는 그 간 멋에만 치중되어 있던 있을 법하지도 않은 허구의 킬러들에 반대되는 아주 현실적이고 호탕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는 적에게 "왜 그랬어?"라는 물음 하나 없이 천천히 걸어와 머리에 총알 한 발을 박고 쿨하게 뒤도는 모습은 아직도 생경하다.
노바디를 그 존 윅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로의 기대가 충만한 영화다. 그만큼 시원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사이다를 너무 마셔 트림이 계속 나올 지경이다. 노바디란 이름으로 아무도 모르게 개봉하길 원했겠지만, 이런 액션을 기다렸던 관객들은 소리 소문 없이 입소문 내어 누구나 아는 에브리바디로 만들었다. 이젠 큰 소리 내며 돌아올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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