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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그래비티(Gravity, 2013), 우주와 탄생의 관계

by 기묭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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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생명이 시작한다는 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 아이를 낳을 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고 한다.


탄생, Birth.

'Gravity'라는 제목보단 'Birth'가 더욱 잘 어울리는 영화다. 우주라는 배경으로 탄생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잘 표현했다. SF를 기대하고 선택했던 영화는 기대와 다르게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았다.
산드라 블록을 태아, 우주를 어머니의 뱃속, 지구로의 귀환을 출산, 바다를 양수, 지구를 밟고 일어서는 장면을 삶의 시작으로 치환해보면, 우리가 어디서부터 생명을 부여받고 이 자리에 두 발로 서서 살아가고 있는지 1시간 30분의 영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동료들을 잃고 혼자가 된 산드라 블록은 피곤함을 느끼고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한다. 삶을 포기했을 때 산드라 블록의 표정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우주는 그런 공간이다. 만물이 편안함을 느끼고 그 안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하는 모든 노이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이런 물음을 던진다.


산드라블록이 우주선에서 유영하는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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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시작 = 또 다른 우주의 탄생.

"이 편안함 속에 머무는 게 진정한 삶의 의미가 있는가."

아니다.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밖으로 나가는 게 무척이나 두렵고 그 나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테지만 그게 삶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각자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 시작은 두려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산드라 블록은 살고자 하는 의지로 다시금 지구로의 귀환을 시도하고 바다 위에 착륙하게 된다. 그리곤 뭍으로 나와 흙을 만지고 두 발로 서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모든 장면이 마치 태아가 양수 밖으로 나와 새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편안함을 뒤로하고 두 발로 굳게 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길 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잡설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여전히 기쁜 일이다. 어떤 지식을 배울 수도 있지만 시간과 함께 무심결에 흘려보내던 깨달음을 다시금 환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할 때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재산, 부부의 금술, 집 옆의 학군 형성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가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나를 닮았을 수도 미래의 내 부인을 닮았을 수도 있지만(가급적 미래의 내 부인을 닮았으면 좋겠지만.), 결국엔 닮음을 넘어서는 그 아이만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가 두 발로 일어설 때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 그건 이제 스스로 두 발로 꼿꼿이 서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순간을 넘어, 이제 나의 새로운 우주를 기다리고 있으니 생명의 시작은 또 다른 우주의 탄생이자 자연의 순환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영화란 매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볼 수 있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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