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굴까?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
여전히 아름다운 줄리아 로버츠와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의 상위 버전인 조지 클루니가 영화에서 만났다. 둘은 지독하게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원수로 만났다. 둘은 한 때 서로를 사랑하여 결혼했고 케이틀린 디버라는 아름답고 영특한 딸까지 낳았다. 이미 있는 정, 없는 정 다 때 버리고 전화로만 싸우던 둘이 다시 만난 건 딸의 졸업식이었다. 앞 날이 창창한 변호사로 성장한 딸은 졸업식날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를 초대했다. 서로가 절대 만날 일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케이틀린 디버가 준비한 자리는 바로 양 옆 자리. 호랑이와 사자를 한 무리에 가둬둔 것과 진배없었다. 그렇게 딸의 졸업식에서도 싸우던 둘은 씩씩거리며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졸업식을 마친 케이틀린 디버는 친구와 함께 모두에겐 익숙한 휴양지지만 나에게는 미지의 나라인 발리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해조류 어부라 칭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케이틀린 디버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그녀는 SBS 연기대상 레드 카펫처럼 짱짱한 앞 날을 뒤로하고 발리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했고 두 사람을 발리로 초대한다. 요즘 원수는 외나무다리가 아니라 발리에서 만나는 게 트렌드인가 보다.
천국행 티켓의 주인공은 누구?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 원수 같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친 목적은 분명했다. 그녀의 딸, 케이틀린 디버를 외딴섬 발리에서 구출해내 다시 앞길 창창한 변호사로 복귀시키는 것. 이 목적 하나로 둘은 발리행 티켓을 들고 비행기에 오른다. 결전의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 트로이 목마 작전을 시작한다. 아무 일 없듯이 딸의 마음을 안심시키면서 빼돌리려는 작전이다. 이곳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선 3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적절한 장소, 적절한 시간 그리고 적절한 상황'. 3가지가 만족할 때 비로소 결혼이 가능했다. 두 사람은 이제 이 모든 조건을 '부적절한 장소, 부적절한 시간 그리고 부적절한 상황'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두 사람에게 필요한 반지부터 훔치는 일이었다. 반지를 훔치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은 결혼식을 미루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적절한 시간을 기다리며 딸과 같이 떠난 여행에서 둘이 훔친 반지를 딸이 발견하게 되고 큰 실망감에 다 죽어가는 케이틀린 디버의 표정을 보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한다. 둘은 딸의 결혼식을 방해하려 왔지만 발리에서 보여주는 딸과 그의 남자친구의 진심에 조금씩 스며든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돌아보던 둘은 진짜 사랑,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제 그 들이 깨달은 사랑과 행복은 서로를 향한다. 죽일 듯이 노려보던 둘의 눈빛에서는 이제 날카로움은 찾아볼 수 없고 달달함만이 보인다. 달콤함에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둘은 딸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적절한 장소, 적절한 시간 그리고 적절한 상황'이 맞아떨어진 그때, 딸은 그의 남자친구와 발리에서의 결혼에 골인한다. 마치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전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공이 골인했던 것처럼 황홀한 순간이었다. 딸의 결혼식이 끝난 후 마지막 인사까지 마친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보트에 올라타지만, 이미 이곳, 미지의 땅 발리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버린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바다로 뛰어든다. 진짜 천국행 티켓은 두 사람의 딸인 케이틀린 디버가 쥐고 있던 것이 아니라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 두 사람 손에 있었다. 자신들이 쥐고 있었던 것을 몰랐을 뿐이다. 이제 그 들이 할 일은 쥐고 있던 티켓을 사용하는 일뿐이다.
잡설
사실 행복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발리행 티켓을 끊지 않더라도 이미 내 주머니 속에 천국행 티켓이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주머니에 티켓을 넣어둔 채 다른 곳에서 티켓을 찾거나 어디 있는지 조차 까먹어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도 한다. 그래도 끝내 다 마른 옷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천국행 티켓이다. 티켓이 발이 달리지 않은 이상 이미 내게 있다. 멀지 않은 곳, 내 주머니부터 천천히 티켓을 찾아보자. 천국행 티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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