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따윈 잊어버리고 속는 셈 치고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생존을 위한 교훈을 선사해 줄 테니.
영화 제목 번역한 사람을 찾습니다.
영어로 된 영화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고자 하니 '적과의 동침'이 되어버렸다. 누가 이렇게 한글 제목으로 번역했는지 얼굴이 무척 궁금하다. 마치 한 때 번역 커뮤니티에서 무수히 많은 밈을 생성했던 Tuesday를 목요일로 패기 넘치게 번역한 인간이 떠오를 정도였다. 이 영화는 애초에 흥행할 수가 없는 영화였다.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적과의 동침'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를 선택하겠는가.
상당히 직접적으로 영화는 '적과의 동침'이 맞다. 문장 그대로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을 사랑한다 여겼던 한 남자와 결혼하게 되지만 결혼 이후부터 그녀는 그에게 철저히 구속된 삶을 살게 된다. 겉으로는 해변가에 있는 번지르르한 주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로 보이지만, 결벽증이 있는 남편 그리고 잦은 폭행과 의처증까지 줄리아 로버츠는 그의 허락 없이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도 못하는 숨 막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문장 그대로, 단어 그대로 적과의 동침이었다.
두려움, 그 자체만 넘어서면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 날, 해변가에 보트를 탄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줄리아 로버츠의 남편과 인사를 나누고 같이 보트를 타고 바닷가로 나갈 약속을 한 후 헤어진다.
다시 만나는 날, 물 공포증이 있던 줄리아 로버츠를 그의 남편은 억지로 끌고 보트에 태운다. 그녀에겐 그의 부탁을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그렇게 셋은 바다로 나간다. 그러나 항해 중 갑자기 날씨가 나빠지고 보트는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잠깐의 휘청거림. 그리고 보트에 남은 사람은 보트를 가져온 남자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의 남편 둘 뿐이었다. 줄리아 로버츠는 보트에서 떨어져 사라지게 된다. 물 공포증이 있어 수영도 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그의 남편은 그녀가 사망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나 싶었지만 영화의 중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환생, 재벌집 막내아들인 송중기가 죽은 후에 다시 살아오듯이 줄리아 로버츠도 살아 돌아왔다. 그녀는 과거에 물 공포증이 있었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의 남편 몰래 긴 시간을 참으며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 도망치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녀는 남편이라는 더 큰 공포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물 공포증을 이겨내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보트 위에 사고를 위장하여 헤엄쳐서 육지에 다다랐고, 그의 남편의 시선에서 벗어난 작은 마을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새 삶을 살기 시작했다. 자신을 평생토록 괴롭혔던 남편과 물의 공포를 벗어난 대가였다. 그녀의 행복은 그녀가 쟁취했다.
잡설
준비된 자가 살아남는다는 얘기가 있다. 줄리아 로버츠도 살아남기 위해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수영을 배우며 적절한 때가 오기를 준비했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어떤 사람들은 어떠한 준비도 없이 항상 결과가 잘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들이 준비한 건 기대했던 결과에 실망하여 한탄하는 자신의 모습이지 그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한 준비된 모습이 아니다. 지상렬 조차도 술 마실 때 나는 할 수 있어라고 멘털을 관리하며 술을 마시는데, 살아남기 위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채 판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야 한다. 물 위에서 두 팔을 뻗고 힘차게 발버둥을 쳐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줄리아 로버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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