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청부 폭력 업자와 사기꾼에 가까운 사설탐정의 불협화음 | 나이스 가이즈
러셀 크로우와 라이언 고슬링, 둘의 만남을 상상해본 적은 없다. ‘언힌지드’에서 교통 체증에 화가 잔뜩 나서 클락션 한 번 길게 눌렀다고 참 교육하는 러셀 크로우와 모습과 ‘노트북’에서 레이첼 맥아담스와 몽글몽글한 로맨스를 보여줬던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보고 나면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더군다나 ‘나이스 가이즈’라는 코미디스러운 제목을 달고 두 손을 마주 잡았으니 두 명의 배우, 한 개의 제목, 3가지의 요소가 뭐 하나 끼리끼리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공집합스러운 만남이랄까. 그러나 영화를 보는 와중에 깨달았다. 3가지 요소가 한 군데로 점차 가까워지며 결국엔 재미라는 교집합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듣고 사람들을 패고 다니는 청부 폭력 업자 러셀 크로우와 잿밥에만 관심이 많은 사설탐정 라이언 고슬링은 그렇게 만났다. 둘의 조합은 마치 ‘탐정’에 성동일과 권상우와 같이 묘하게 어울리는 케미를 보여주었다.
나사 두세 개는 풀린 진또배기 멍청이들 | 마이크와 데이브는 데이트 상대가 필요해
코미디 배우 중 최애라고 꼽을 수 있는 둘이 만났다. 잭 에프론과 아담 드바인이 바로 그 들이다. 사실상 이 영화는 알아주는 코미디 콤비인 오웬 윌슨과 빈스 본의 '웨딩 크래셔'를 오마쥬한 영화에 가깝다. 결혼식이라는 장소, 멀쩡해 보이지만 사고 치느라 쉴 틈 없는 코미디 콤비, 각종 사건 사고까지 아주 빼다 박았다. 그럼에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신성 코미디 콤비인 잭 에프론과 아담 드바인은 뭔가 결이 다르다. 조금 더 나사 빠진 애들 같달까. 진또배기 멍청이들 같다. 그런 점 때문에 이 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억지로 보이지 않는다.
그 들의 행동은 마치 서브웨이에서 "미트볼로 하는데 빵은 플랫 브레드, 에그 마요 추가에 채소는 할라피뇨만 빼주시고 올리브 많이 넣어주세요. 그리고 소스는 렌치 드레싱에 후추, 스위트 어니언으로 해주세요. 쿠키는 라즈베리 치즈 케이크이요."라고 주문할 때만큼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잭 에프론과 아담 드바인, 그 들의 코미디는 자연스러움을 이미 장착하고 있다.
최고의 도넛을 파는 식당 건너편의 은행은 절대 털지 마라 | 투건스
"최고의 도넛을 파는 식당 건너편의 은행은 절대 털지 마라."
꼴통인 줄 알았던 콤비가 알고 보니 위장 잠입 중인 DEA 요원과 미 해군 특수부대였다. 이 둘이 사고 치고 다니니 클래스가 다르다. 그 들에게 꼬이는 파리들도 만만찮다. 시시콜콜하게 동네 깡패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DEA, 미 해군부대, 마피아, CIA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 들은 의도치 않게 훔친 수천만 불을 때문에 생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물론 의도해서 300만 불을 훔치려나 의도치 않게 수천만 불을 훔치게 된 거다.
전설적인 살인 청부업자와 뭘 해도 안 되는 동네 찐따의 만남 | 맨 프롬 토론토
'테디' 했다.라는 말이 있다. '테디'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케빈 하트를 말하는데 그가 하는 일마다 뭐든 엉성하고 실패도 하고 실속이 없기에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테디' 했다. 란 말을 한다. 최근에는 '곽' 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 유투버인 곽튜브에서 '곽'을 따서 붙이는 말이다. 보통은 굉장히 찐따스럽거나 모냥이 안나는 경우를 일컫는다. 나는 이런 표현에 꽤나 호의적인 편인데 어떤 의미던지 간에 그 상황에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표현한다는 건 그만큼 개성이 있다는 뜻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테디' 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케빈 하트의 원맨쇼를 구경하러 떠나보자.
더 락과 데드풀이 만났다? 의외로 찰떡궁합인 그들 | 레드 노티스
드웨인 존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Chemistry가 상당하다. 특히 라이언 레이놀즈는 사실상 가면 벗은 데드풀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기에 영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미술품 전담 FBI 프로파일러인 드웨인 존슨,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품 도둑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우연찮게 팀을 이뤄, 전 세계에 3점 있는 미술품을 하나씩 훔치러 돌아다닌다.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둘이지만, 그 투닥거림이 오히려 원자핵이 다른 입자들과 충돌하며 거대한 핵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두 사람의 Chemistry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속편이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결말과 두 사람의 궁합이 '레드 노티스 2'가 나오길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내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속편이 나오길.
총이 필요 없다. 말발로 두들겨 패는 유쾌한 현장 | 더 히트
말 한마디에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다고들 한다. 말이란 건 보이진 않지만, 공기를 타고 날아가며 질량을 쌓고 누군가에게 도달할 시점엔 매우 강력한 무게를 가지게 된다. 그걸 그대로 때려 맞으면 잠결에 물 마시러 갈 때 새끼발가락이 의자에 부딪히는 것 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영화 '스파이' 이후에 모든 사람들을 오로지 말로만 뚜까 패고 다니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다. 처음이다. 그런데 구면이다. 알고 보니 그때 그 스파이가 형사로 돌아왔다. 어쩐지 이렇게 말로만 누군가를 팬다는 게 상당한 스킬을 요하는데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이 있을 리가 없다. '스파이'에서 멜리사 맥카시가 내뱉던 "입으로는 호날두가 들어가고 아래로는 메시가 들어가서 중간에서 만나게 해 줄까?" 란 드립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연방 요원인 산드라 블록과 형사인 멜리사 맥카시는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달고 다닌다. 말을 뱉는 입이 무기이기에. 그냥 때려 부시는 코뿔소 뿔 같은 말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그녀를 찾으면 된다. 덤으로 배꼽 잡는 웃음도 챙겨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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