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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멋진 세계(UNDER THE OPEN SKY, 2022), 전직 야쿠자, 더 멋진 세계로

by 기묭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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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세계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는 민물로 들어오지 않는다. 전직 야쿠자, 미카미가 '멋진 세계'로 들어가는 건 바다 돌고래가 민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멋진 세계로의 입장.

살인으로 13년간 감옥에서 복역하고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앞으로 평범한 삶을 살기로 맹세한다. ‘멋진 세계’로의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굳은 맹세와는 다르게 ‘멋진 세계’에 스며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의 세계에서는 항상 직진만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패거리를 욕보이는 경우에 그는 그냥 달려들었다. 그게 지금껏 살아온 세계에서의 법칙이었다.

‘멋진 세계’에서의 방법은 달랐다. 직진, 좌회전, 우회전 심지어 유턴까지 너무 많은 방향이 있었고, 직진만 해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영화 속 미카미는 평범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운전면허 취득을 도전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방향에 적응하지 못하는 '멋진 세계'에서의 미카미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운전면허 취득 또한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주인공 미카미를 클로즈업한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난 이제 야쿠자가 아니야.
이제 정말 평범하게 살아야지.

더 멋진 세계에서 온 미카미.

“너무 혼자 앞서 나가지 마세요.”

평범한 삶을 꿈꾸며 처절하게 적응하려고 하는 미카미에게 주변인들은 서두르지 말라고 얘기한다. 영화를 보며 나는 미카미가 서둘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은 이미 ‘멋진 세계’에 살고 있던 주변인들의 무의식에 감춰진 나태함으로 느껴졌다. 본인들의 세계에 적응한 이들은 그 이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 미카미가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격렬하게 두들기는 것처럼.

그렇다면, 직진만이 가득한 ‘더 멋진 세계’는 없을까? 미카미는 직진 밖에 모르는 단순한 사람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정직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고, 불의를 참지 않았다.
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이들을 참 교육해주거나 거리에 버린 쓰레기를 다시 주워 주인에게 집어던져주는 장면들을 영화 중간중간에서 볼 수 있었다. 방법은 직선적이었지만 방향은 분명 옳았다. 오히려 ‘멋진 세계’에는 ‘더 멋진 세계’에서 온 미카미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즐비했었다. 괄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구로 이용하려는 자들이었다.
미카미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런 자들과도 처절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렇게 태풍이 닥치는 저녁,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코스모스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끝내 자신만의 ‘더 멋진 세계’를 찾을 수 있을까.


잡설

영화의 후반부에 미카미는 ‘멋진 세계’에 한 발자국 들어가게 된다. 항상 직진만 하던 그는 딱 한번 유턴하게 된다. 타인을 깔보고 놀리는 사람을 앞에 두고 미카미는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시킨다. ‘더 멋진 세계’의 미카미는 이미 주먹이 나갔어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이 장면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처절하게 저항하는 미카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는 민물로 들어오지 않는다. 돌고래가 평생을 살아야 할 곳은 바다다. 미카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 민물로 들어오려 했으나, 민물로 들어온 딱 한 발자국만에 그는 태풍이 치던 날, 코스모스를 손에 쥐고 삶을 마감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삶에 대해 무수히도 많은 물음이 있지만, 그에 맞춰 대답 또한 무수히 많다. 모두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민물에 들어온 바다 돌고래처럼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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