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 3글자를 4글자로 바꾼다면 무엇일까.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이미 스마트폰 안엔 내 모든 것이 있으니까.
악몽의 시작, 내 스마트폰이 어디 갔지
평소 한국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아마 내 영화 기록에서도 한국 영화는 1편도 없거나 혹은 3편 이내에 아주 소수의 영화만을 기록했을 것이다. 이상하게 이 영화는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임시완과 천우희라는 배우들은 차치하더라도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기록을 적어가고 있는 기기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따라가 보자.

우선 내가 영화를 본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스마트폰을 찾는 일이었다. 다행이다. 무사히 내 옆에 착! 하고 Stick! 되어 있어서. 영화는 천우희가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그 스마트폰을 임시완이 주워가면서 시작된다. 천우희의 스마트폰에 복제폰으로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돌려준 임시완은 이제 천우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 생각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카메라는 임시완의 눈이 되었고, 마이크는 임시완의 귀가 되어줬다. 임시완이 그녀의 모든 것이 궁금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스마트폰
연쇄살인.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정보를 토대로 그녀의 취향에 맞는 사람으로 변해 그녀에게 손쉽게 접근하고 그녀의 견고한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려 온 세상에 혼자만 남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를 아무도 찾지 않게 되는 그 순간, 임시완은 살인을 저지르고 완전 범죄를 계획한다. 천우희가 처음이 아니었다. 임시완은 살해 후 트로피로 피해자의 사진을 찍어 휴대폰의 배경화면으로 한다. 그의 휴대폰 배경화면은 이미 수많은 피해자의 모습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제 임시완은 그녀의 가족, 가장 친한 친구, 직장 동료들과의 모든 관계를 음해하여 그녀를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시킨다. 이제 그는 마지막 피날레인 살인을 준비한다. 임시완의 그물에 들어온 천우희.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인질로 잡은 임시완으로 인해 쉽게 무너진다. 그렇게 욕조 속에서 익사되기 직전 형사가 들이닥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에 현장에 버려진 권총을 잡고 형사에게 잡힌 임시완을 향해 겨눈다. 몇 발의 총성 소리, 그리고 다시 일상을 찾은 천우희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잡설
우리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집 앞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손에 쥐고 있고, 화장실을 가더라도 쥐고 들어간다. 스마트폰 자체가 '나'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의 모든 것을 함께한다. 영화가 조금 억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고, 그 스마트폰을 임시완처럼 악용하는 이가 있다면 천우희가 당했던 일이 나에게도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어차피 내 영혼의 단짝인 스마트폰에게 곁을 내줄 수밖에 없다. 다만, 술 취하고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내 스마트폰이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지 모르니.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그 순간 바로 인생 퇴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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