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생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어둠이란 알을 깨고 빛을 향해

by 기묭 2022. 9. 10.
300x25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성장은 다툼이다. 나 자신과의 다툼이거나 혹은 세상과의 다툼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단단해진 몸으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어둠이란 알을 깨고 빛을 향해.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내 바이오 리듬이 잔잔한 영화를 원할 때가. 그런 날이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와 잔잔하게 스며들 수 있는 영화 중 후자를 고른 날이었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제목만큼은 귀가 따갑도록 들은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영화였다. 시작은 로맨스를 기대하고 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깊은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먹고 자란 새싹이 쏙 하고 세상에 고개를 드는 것과 같이 감격스럽고 희망찬 영화랄까. 한 사람의 성장 영화라 칭해도 되지 싶다.


츠네오가 조제를 엎고 바닷가에서 사진찍는 장면
출처 : 유투브 영화


조제와 츠네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는 공통점이 있다. 조제는 방 안에서, 호랑이는 동물원 창살 안에서, 물고기는 수족관에서 각자 자신을 온전히 보일 수 있는 바깥세상이 아닌 울타리 안에서 생기를 잃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남자 주인공 츠네오는 조제를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며 점점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끌어주는 존재다. 영화의 끝에는 결국 둘의 관계가 끝나게 되지만, 조제는 다시금 이전의 방구석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여전히 빛을 받으며 혼자만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둘의 사랑보다 조제라는 한 사람이 빛을 찾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인 영화였다.


잡설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대학교, 대학교에서 사회로. 이 모든 단계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단지 집단이 바뀌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운동을 할 때 더 무거운 중량을 들지 않고 적당히 깔짝거리는 것이나 자기가 쓴 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글자 수를 채우기 위해 아무거나 두드리는 편함을 추구하는 것도 아직 알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이 그렇다. 누구나 편함과 안정을 추구하고 도전과 긴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알이 너무나도 포근하고 단단히 지켜주는 성벽이기에 그 안에서 나오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깥으로 나오기 위한 용기를 가지게 하는 바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가난, 쾌락, 만족, 보람, 심지어 대출이자를 갚기 위한 현금 채굴까지. 용기의 바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동력이 어떤 것일지라도 상관없으니, 단 한 발자국이라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이유를 찾아보길 바란다. 그까짓 거 밖으로 나왔다가 소나기라도 오는 날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생각보다 별거 없으니 주저할 필요 없다. 영화 속 조제와 같이 우리도 나아갈 수 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