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과 무명, 소년과 중년, 소녀와 숙녀 그 모든 껍데기와 상관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한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다.
'클래식, Classic'.
흔히 고전적인, 전형적인, 대표적인 의 형용사로 쓰인다. 그러나 '클래식하다.' 라고 표현할 땐 단순히 고전적이다. 라고 해석되지 않는다. 고전적이면서 품위와 기품이 있다. 로 해석된다.
'클래식' 의 다른 사전적 정의는 일류의, 최고 수준의 를 포함한다. 우리는 이 단어의 숨겨진 의미를 이미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오래된 걸 표현할 땐 올드하다. 라고 표현하고, 멋드러진 음악이나 영화, 물건은 클래식하다. 라고 나누어 표현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클래식, Classic 하다.
고전적이면서 기품있고 아름답다. 한 마디로 재밌다. 처음과 시작, 끝 어느 한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쓸데없이 유쾌하지 않고, 쓸데없이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두 남녀가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담백하게 고백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유명한건 모두 허상이에요. 잊지 마세요. 나 역시 소년 앞에 서서 사랑을 구하는 한 소녀일뿐이에요."
헐리우드 최고 스타인 애나 스콧이 평범한 한 남자인 휴 그랜트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다른 사람들이 고개들어 보는 대상일지라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한 소녀로 바뀌는 모습을 단 한 장면으로 너무나도 잘 그려냈다.
이 영화의 전부를 보라고 말하지 않겠다. 마지막 10분.
애나가 해외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하는 장소에 찾아 온 휴 그랜트가 애나에게 사랑을 다시 구하는 장면인 이 10분만은 보기를 간곡히 청한다.
음악을 소개하는 한 유투버는 노팅힐을 단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무성하게 피어나는 서로가 되기를."
예술가에게서만 느껴지는 고귀함.
어떤 영화들은 그렇다. 항상 여운이 남고, 그 여운에서 벗어나기 싫은 영화들이 있다. 1999년작으로 무려 영화가 개봉한지 20여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여전히 내 머릿 속에 남아있다.
사람은 망각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전부 다 올곧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린 시절에 눈을 떼지 못하며 보았던 어떤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 순간에도 마치 글이 아닌 그 장면이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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